본인은 오타쿠다.
아니 개씹덕이다.
아이마스(765), 블루아카, 우마무스메 정도를 메인으로 파고 있고 겸사겸사 하루히, 길마족, 봇치더락, 보카로(2010년대), 동방프로젝트 정도를 취급한다.
지금까지 씹덕질을 한지 어언 10년을 넘겼다.
물론 나보다 더 오래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10년+이면 초급반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중수정도는 되겠지.
요즘들어 주변에서도 그렇고 인터넷에서도 그렇고 아키바는 더이상 오타쿠의 성지가 아니다 뭐 이런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키바가 씹덕의 성지 지위를 잃었다는건 이미 옛날부터 계속 들려오던 이야기이다.
필자는 2018년에 아키바를 처음 방문했고, 그 뒤로 도쿄를 갈 때마다 항상 여행 일정의 절반 이상을 보내곤 했다.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키바의 매력도가 떨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다녀오면서 느낀 점을 나열하자면 이렇다.
1. 라이트 오타쿠 외국인들이 너무너무너무 많다. 거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
라이트 오타쿠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그냥 내가 봤을땐 일반인들이다.
이게 진짜 씹덕들인 외국인이면 모르겠는데, 무슨 귀칼라이크(귀칼, 주술회전, 스파패, 나히아, 체인소맨 등등)만 잠깐 접해본 사람들이 오타쿠 문화 관심있다고 슬쩍 보고 경피정도만 사거나 아예 뭐 사지도 않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인게 문제. 그냥 훑어보기만 하고 세세하게 찾아보고 뭔갈 찾아야겠다는게 아니라 그냥 슬쩍 보고 가는 것. 자리만 차지하고 길이 복잡해지기만 한다.
심지어 애들 데리고 온 부모들도 오는 경우가 있더라. 한국인도 예외는 아님. 아키바가 만화의 거리야~ 와 일본인들은 이런걸 좋아하는구나 이러면서 대충 조사한걸로 왔을텐데, 전혀 시장에 도움이 안됨. 평일에 가도 외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기만 하고 정신없기만 하다.
2. 코로나 이후 매장들의 폐점
코로나 이후에 특히 충격받았던 건, 토라노아나가 폐점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씹덕판은 동인작품의 힘이 꽤 크다. 특히나 일본은 더욱 그렇다.
토라노아나는 동인계에서 제일 큰 회사고, 아키하바라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을 때는 꽤 규모가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토라노아나 아키하바라점이 폐업하고, 남은 동인샵은 멜론북스, 라신반(중고), 만다라케(중고) 정도 있게 되는데,
멜론북스 아키바점은 규모가 매우 작고, 매우 최근의 신간 위주의 판매를 하고 있어서, 예전에 발행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
라신반과 만다라케는 규모가 꽤 크고 물건이 많긴 하지만, 분류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캐릭터나 작품이 명확이 있는 2차창작이라면 모를까, 오리지널 동인 작품들은 분류가 꽤나 엉성하다. 장르로 되어 있는게 보통인데, 미분류가 훨씬 많다. 정말 작품 찾기 어렵다.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이상은... 이는 중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토라노아나는 넓으면서 작품도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는 점에서 작품을 찾기 굉장히 편했기에 매우 아쉬웠다.
3. 정말 젠트리피케이션인지, 내가 씹덕력이 높아진건지, 아니면 너무 자주 방문해서인지 감흥이 없어졌다.
솔직히 세개가 다 맞물린 결과일 수도 있다.
내가 아키바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일본어도 잘 못했고, 한자도 잘 못읽었고 씹덕력 5년차였기 때문에 얕은 지식으로 뭘 하려고 하니까 다 새로워보이고 그랬을거다.
근데 지금 나는 일본어도 어느정도 읽을 줄 알게 됐고, 아키바 체류 기간만 따져서 모은다면 순수하게 2주는 될 것 같다. 그냥 이 공간에 오래 있었다. 익숙해졌다는 거다.
위에서 언급한 매장들의 폐점 등도 겹쳐서 볼게 더욱 없어지고, 일반인들을 겨냥한 귀칼라이크 제품들만 깔리고, 나는 더 새로운 정보들을 원하게 되고, 이미 아키바가 익숙해졌다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
4. 세계가 일본식 서브컬처에 익숙해졌다.
내가 느끼기에는 당장 우리나라도 10년 전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거나(물론 대부분은 귀칼라이크겠지만), 일본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정보 찾기도 어려워서 이곳저곳을 뒤져가며 찾아낸 정보로 간신히 물품을 구하고 했었는데, 이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오타쿠 짓을 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엔화가 저렴해지면서 일본 여행이 추세가 되고, 그들에게 포착된 것이 (혹은 만만한 것이) 아키바였겠지.
1번과 비슷한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찐하던 육수에 물이 한바가지 쏟아진 것과 같은 거다. 약해졌다.
5. 중고거래의 활성화
일본도 메루카리를 사용해서 중고 거래가 많이 활성화 됐는데, 이는 중고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들에 타격이 직접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원래 중개자로 수수료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그게 없이 그냥 바로 거래를 하게 되니까.
이것 또한 시대의 흐름이다.
뭐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너무 장황에서 이쯤에서 멈추고, 그러면 우리들(한국인 입장에서)은 어떤 씹덕질을 해야 현명할까?
1. 아키바를 가긴 간다. 다만 너무 깊게 돌아다닐 필요까진 없을듯.
적당히 자신이 관심있는 곳만 쿡쿡 찔러보고, 공식 굿즈같은 것을 사기에는 여전히 아키바가 좋다.
일단 가격이 비싸게 잡혀있는 것은 둘째치고, 어느 오프라인 상권과 비교해도 매물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매물 수 자체가 하나의 거리에 집중되어 있는게 너무 큰 메리트이다.
한국에서 씹덕질하는 여러분들은 아실 것이다. 홍대 가봤자 씹덕질 할 굿즈가 있는가? 홍대는 전체적으로 귀칼라이크밖에 취급을 안 한다. 일반인들이 씹덕 코스프레할때나 가는 곳이다. 가봤자 뭐 살것도 없고 굿즈도 별로 없고 나에게 유효타인 작품들도 별로 없다. 그나마 피규어프레소 FP점 지하1층에 씹덕피규어가 많긴 하다만, 가격은 역시 비행기를 타고 온 가격이다.
이런 한국 가게들만 보다가 오랫만에 아키바를 가면 역시 행복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유효타인 작품이 있긴 있으니까. 한국에서 밀리시타 굿즈를 팔긴 파는가? 한국에서 동인음악 CD를 얼마나 많이 파는가? 한국에서 정크 중고품들을 파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당신들의 유효타가 그래도 매물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보다 더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안타깝다. 근데 그정도면 애초에 예약 통판 아니면 답이 없지 않은가. 그냥 그 취향이 아키바던 아니던 그냥 구하기 어려운거다. 물론 나도 그런 취향이 몇개 있다... 아키바를 쥐잡듯이 뒤져도 안나오더라.
그래도 아키바는 여전히 공식 굿즈를 빠르게 살 수 있는 좋은 상권이다. 유명 게임들의 오피셜 숍 등이 있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이다.
2.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간다.
솔직히 여기도 "아키바는 비씹덕들이나 가는 곳"이라면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또 일반인들이 그걸 보면서 "나정도면 오타쿠지~"이러면서 나카노에 몰리는 경향이 슬금슬금 생기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키바처럼 심하진 않은듯. 나카노는 그 용산같은 분위기와 80년대 작품들이 주를 이뤄서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카노는 사실상 만다라케 1, 2, 3, 4, 5, .... 수준이고 신품 공식 굿즈를 취급하는 곳은 또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는 아키바를 완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3. 이케부쿠로는 멜론북스 정도만.
이케부쿠로는 대부분이 알다시피 여성향 위주이다.
애초에 예전엔 아키바 vs 이케부쿠로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키바가 지금 멸망한다고 아키바 가던 사람이 이케부쿠로를 간다? 말이 안된다ㅋ 도대체 누가 이케부쿠로가 새로운 씹덕 성지다 이런 애기를 지껄이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음.
이케부쿠로의 토라노아나, 애니메이트, 만다라케, 라신반 모두 여성향이고 멜론북스가 유일하게 남성향을 취급하는데, 이게 어떻게 새로운 씹덕 성지라고 할 수 있는가? 그냥 여전히 반쪽짜리 씹덕상권이고, 본인이 여성향 작품을 좋아한다면 좋을 순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지 않아서 별로 가고싶진 않음.
4. 아키바 이외의 만다라케, 라신반 지점을 찾아다닌다.
새삼 놀랐던건, 후쿠오카 만다라케를 갔을 때, 겟산마스 한정판 1, 2, 4권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매 중단된 피규어 하나도 구했다. 이런 식으로 오히려 지방에 있는 중고샵이 더 매물이 알짜배기 일 수도 있다. 물론 확인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적어서 진짜 잘 얻어걸려야 하는 것이겠지만.
그냥 여행중, 새벽에 주저리 주저리 써본다.
많이 변한 게 팩트긴 해서 좀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우선 2023년에 나카노를 가고 안가봤는데, 또 며칠 뒤에 방문할 예정이니
그때 추가로 업데이트를 하던 새 글을 파던 해야겠다.
'여러가지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xm5 사용자의 wh-1000xm6 리뷰: 첫인상 (1) | 2025.09.18 |
|---|---|
| 개인적인 포켓몬스터 체육관 관장 BGM 순위 (0) | 2025.09.09 |
| 갤럭시 Z 폴드 5 Q&A (0) | 2024.08.13 |
| 갤럭시 버즈3 프로 일주일 사용기 (0) | 2024.08.13 |
| 갤럭시 버즈 2 프로 첫인상 (0) | 2022.09.18 |